태즈마니아에서
약 100일간 머물면서 총 5가구에서 우프를 하게 되었다. 각각의 가구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고 있어서 호주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그 다섯 가구 중에서 가장 인상에 깊었던 마지막 우프 장소를 소개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우프를 했던 가구 중에서 가장 편하고 좋은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영어 회화 실력을 많이 늘릴 수 있었던 곳이었다.
이
마지막 장소로 이동하기 전, 나는 그동안의 농장일에 지쳐있었고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우프에 흥미를 잃어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우프 농장 이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나름의 의지로 불평과 불만을 일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집에 도착하고 나서 그 주인이 집을 소개했다. 내가 잠을 잘 곳은 평범한 집이 아니라 수풀 옆에 자리한 너무나 소박한 텐트였다. 그리고 막사 안에 부엌과 욕실이 있었다. 그 바닥에는 모래가 깔려 있었다. 그 우프 주인이 가진 것은 그게 다였다. 더욱 더 놀라웠던 것은 내가 먹을 물은 빗물이었고, 샤워를 할 물은 갈색에다가 냄새도 조금 났다. 그곳에서 50일 가량 머물 계획을 하고 간 것이었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나치게 친환경적인 주거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불평과 불만을 하지 말자 결심했던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하지만 싫은 내색을 하지 않기로 해서 허탈한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주인도 자신의 소박한 주거환경이 신경쓰였는지 이것 저것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걱정을 덜어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농장
일은 도착한 다음 날 시작했다. 이미 많이 했었던 밭에 풀을 뽑는 일을 먼저 했다. 다른 우프 주인들과 달리 이 주인은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고 다른 우퍼들의 실수나 경험담을 얘기해주면서 좀 더 편하고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알려 주었다. 그 주인은 이전의 우퍼들을 보살폈던 경험으로 영어도 더 천천히 말하려고 노력했고 내가 이해를 못한 것 같으면 먼저 다시 설명해 주기도 했다. 그 곳에서는 아주 다양한 일을 했다. 콩을 따는 일, 삽으로 땅을 파는 일, 모래를 나르는 일, 통나무 껍질을 벗겨내는 일, 파이프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 불을 지필 나뭇잎을 긁어 모으는 일 등 시드니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을 많이 해보았다. 하루에 3시간 밖에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보다 힘도 덜 들면서 더 즐거웠다.
그리고
밥을 해줄 때는 언제나 주인 아저씨가 내 음식까지 다 만들었다. 아침에는 muesli와 우유를 내가 알아서 챙겨 먹었고 점심과 저녁은 언제나 주인 아저씨가 만들어 주었다. 점심은 언제나 토마토와 피망과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저녁은 다양한 종류의 수프나, 파스타, 전형적인 스타일의 스테이크, 콩과 고기가 들어간 스튜도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그 주인은 메일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물어보고 과일을 많이 준비해 두었다. 그래서 일하고 쉬는 시간에 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서 부족하지 않게 잘 먹었다. 전에 우프 가정에 비해 일하는 시간도 적었고 매 끼니를 건강식으로 챙겨주니 일할 때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고 능률도 올랐다.
집
주변의 환경은 온통 나무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 농장에는 알파카(alpaca)라는 가축이 있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마른 동물은 처음봤다. 또한 수시로 토끼들이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고 저녁 쯤이 되면 월러비들이 들에서 뛰어다녔다.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는 tiger snake도 여러 번 보고, 수시로 풀을 뜯는 양 떼도 보았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어느 가정이나 소든지, 양이든지 말을 가축으로 키우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집에서 가까이 cloudy bay beach가 있어서 마음이 답답하거나 속이 상할 때, 화가 났을 때, 사람들이 그리울 때마다 바닷가로 달려가서 울적한 기분을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부서지는 파도위에 던져버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2번으로 계속됩니다.)